갬장장이
5. FPS는 죽었다 - 아레나 FPS로 알아보는 FPS 패러다임의 변화
갬장장이
갬장장이의 코드 대장간
갬장장이
전체
오늘
어제
  • 분류 전체보기 (216)
    • 게임 연구소 (6)
    • 게임 제작 (15)
      • We need more guns (2024~) (1)
      • Rovenhell (2023) (2)
      • Geophyte (2020~2021) (5)
      • 아드레날린 러시 (2021) (2)
      • Treadmill (2019) (1)
      • 습작들 (2019~) (2)
      • 그 외 (~2018) (2)
    • mathematics (33)
      • game mathematics (30)
      • linear algebra (3)
    • networking (3)
    • computer graphics (46)
      • 3D Graphics (23)
      • DirectX (8)
      • OpenGL (13)
      • graphics theory (2)
    • game engines (10)
      • Unity (0)
      • Unreal Engine (10)
    • os (6)
      • Linux (0)
      • operating system (1)
      • multithreading, parallel co.. (5)
    • lang (34)
      • c++ (15)
      • .NET (5)
      • python (1)
      • java (3)
      • erlang, elixir (1)
      • js, ts (7)
    • software engineering (47)
      • PS (25)
      • algorithms (15)
      • data structures (2)
      • design patterns (4)
    • cs (4)
    • database (2)
      • SQL (1)
    • web (6)
      • web (3)
      • frameworks, libraries (3)
    • finance (0)
    • 음악 제작 (1)
    • life (3)

블로그 메뉴

  • 홈
  • 태그
  • 방명록

공지사항

  • [공지] 블로그 안내

인기 글

최근 댓글

최근 글

hELLO · Designed By 정상우.
게임 연구소

5. FPS는 죽었다 - 아레나 FPS로 알아보는 FPS 패러다임의 변화

2021. 6. 20. 20:26

<밸브 사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적을 조준하고 쏜다"

 

 

이 단순하고도 중독적인 플레이방식은 FPS 장르를 지난 몇 십년 동안 가장 인기있는 게임 장르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FPS의 명맥은 끊기기는 커녕,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버워치 (병과 기반 하이퍼 팀 FPS)

배틀그라운드 (배틀로얄 FPS)

레인보우 식스 시즈 (병과 기반 택티컬 팀 FPS)

둠 이터널 (싱글 플레이어 하이퍼 FPS)

콜 오브 듀티 워존 (택티컬 FPS)

발로란트 (병과 기반 하이퍼/택티컬 팀 FPS)

등 다양한 장르의 FPS 게임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Id 소프트웨어의 퀘이크 3 아레나(Quake III Arena, 1999) 아레나 FPS 장르의 시초로 대우받는 게임이다.>

그러나 여기, 홀로 웃지 못하는 FPS 장르가 하나 있습니다.

한 때 FPS 전체를 대표했던 장르이자, FPS의 최전성기를 이끌던 장르이며,

id 소프트웨어, 번지, 에픽 게임즈 같은 오늘날의 거대 게임 기업들이 있을 수 있게 한 기반을 만들어준 장르입니다.*

 

바로 "아레나 FPS" 입니다.

 

 

<아레나 FPS가 어떤 장르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영상 간략하게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레나 FPS라는 장르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게임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플레이어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게임을 시작하며, 무기나 아이템 등을 얻는 것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 기본 이동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별도의 조작법이 존재한다. 때문에 게임의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다.
  • 사망할 경우 가지고 있던 모든 무기/아이템을 잃게 된다.
  • 플레이어의 공격은 오직 플레이어의 에임에 의존한다.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스킬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 일정 킬수를 먼저 기록하거나, 적을 전부 섬멸하면 승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랜파티 퀘이크콘(QuakeCon). 매년 개최되며, 퀘이크 시리즈를 비롯한 아레나 FPS 게임의 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위와 같은 특징들 때문에 아레나 FPS는 전통적으로
플레이어 개인의 기량이 곧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드러났고,
학습 커브(Learning Curve)가 굉장히 가파랐으며,
초보와 고수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성질을 가져 왔습니다.

이러한 아레나 FPS의 성질은 개인의 기량이 중요시되는 복싱, 테니스와 같은 1대 1 스포츠 장르와도 굉장히 유사합니다.

실제로 아레나 FPS는 게임 외적으로 E스포츠로서도 막대한 성공을 거두었고, 심지어 이 아레나 FPS를 E스포츠의 시발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언리얼 토너먼트(Unreal Tournament, 1999) 에픽 게임즈가 오늘날까지 게임 엔진 개발사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언리얼 토너먼트의 역할이 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로써는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던 게임이다.>

이처럼 찬란했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 아레나 FPS의 위상은 그 빛이 많이 바랬습니다.

E스포츠 친화적이면서 인기도 많던 장르가

게임이 대중화되고 E스포츠가 어느 때보다도 활성화된 오늘날 이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혹은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정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레나 FPS의 부진은 그러한 이유에 더해 FPS 장르 자체의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레나 FPS의 부진의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지난 10여년간 어떤 아레나 FPS들이 흥행에 실패했는지, 또 왜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에픽 게임즈에서 개발을 발표한 언리얼 토너먼트 리부트. 독특하게 커뮤니티와 협동을 통해 개발을 시도하던 게임이었지만, 때문에 개발 속도가 더뎠고, 결국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대중적 성공을 거둔 아레나 FPS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레나 FPS라는 장르는 이제 소수의 매니아들에게만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게임의 높은 난이도, 또 플레이어간의 극심한 실력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레나 FPS가 상업적 흥행이나 대중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장르가 되자 자연스럽게 해당 장르를 개발하는 개발사들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지 않자 자연스럽게 아레나 FPS 장르 전체에 유입되는 플레이어의 수는 줄어들게 되고, 또 새로 할 게임이 없으니 기존 유저들은 하던 게임만을 붙잡으며 속히 말하는 '고인물'이 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어쩌다 한 번 신규 유저가 유입되더라도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새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퀘이크 라이브(Quake Live, 2010) 퀘이크 3의 벨런스를 약간 조절하고 그래픽적인 부분을 일부 개선해 발매된 게임이다. 대중적 흥행을 노린 게임이라기보다는 매니아층을 위한 게임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방법은 당연히 새 아레나 FPS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대중성이 보장되지 않은 아레나 FPS라는 장르에 선뜻 발을 들일 개발사는 거의 없었고,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이후 아레나 FPS는 10년 가까히 침체기를 맞이합니다.

(물론 매니아들에게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대중적인 시각에서 아레나 FPS는 주류 장르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레나 FPS의 영광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퀘이크 시리즈의 개발사 id 소프트웨어에서는 2005년 퀘이크 4, 2010년 퀘이크 라이브를 발매하며 아레나 FPS의 부활을 노렸지만 둘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그 어떠한 게임도 이전만큼의 대중적 흥행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id 소프트웨어/베데스다의 아레나 FPS 퀘이크 챔피언스(Quake Champions, 2017), 퀘이크 시리즈를 현대적인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로 재해석했다.>

이러한 시도들 중 가장 큰 기대를 받던 게임은 바로 2017년 개발된 "퀘이크 챔피언스"입니다.

 

"퀘이크 챔피언스"는 매니아층 뿐만 아니라 일반 게이머 또한 타겟으로 삼고 개발되었습니다.

id 소프트웨어가 베데스다의 모기업 제니맥스 미디어에게 인수합병된 이후 개발된 퀘이크 챔피언스는, 베데스다라는 대기업의 자본을 안고 아레나 FPS 게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3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일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진행했고, 또 오버워치와 유사한 영웅 시스템의 추가, 영웅 별 고유 능력의 추가 등 보다 대중적이고 캐쥬얼한 시스템을 통해 기존 아레나 FPS의 전통을 깨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퀘이크 챔피언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 기존 아레나 FPS 팬들과 신규 유입된 유저들 양쪽 모두에게 좋지 못한 반응을 얻었다.>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퀘이크 챔피언즈는 목표로 하던 신규 유저들에게 외면받았고, 기대했던 것에 한참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소액 결제, 챔피언들의 유료화 등 여러가지 게임 내적인 문제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신규 유저의 유입을 막았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장르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새로운 게임이 나오더라도 유저간 실력차가 크게 나뉜다는 점"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레나 FPS 장르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넓게 보면 멀티플레이 비디오 게임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같은 문제가 바로 "유저 간 실력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 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게임이 발매되어 모두가 게임을 처음 접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유사한 게임을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완전히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보다 실력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개인 기량이 월등히 중요시되고, 또 게임의 난이도가 높은 아레나 FPS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났고,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 발매되어 신규 유입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기존 타 아레나 FPS를 갈고 닦던 유저들에 비해 아레나 FPS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압도적으로 뒤쳐지는 것은 불가피했습니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죠...>

아무리 게임은 즐기려고 한다지만 패배만을 거듭하다 보면 게임에 대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신규 유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을 그만두게 되고, 결국 그 게임에는 또 다시 기존 아레나 FPS 플레이어들만 남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규 유입이 생기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게임은 침체기에 빠지게 되고, 퀘이크 챔피언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21년 퀘이크 챔피언스는 여타 아레나 FPS와 다르지 않게 '고인물'들이 가득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퀘이크 챔피언즈는 이미 개발 당시부터 이 근본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또 이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유저들간의 실력차를 극복하고자 퀘이크 챔피언즈에는 챔피언 시스템과 매칭 시스템이라는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챔피언 시스템은 마치 오버워치처럼 다양한 챔피언들을 유저가 선택할 수 있고, 또 챔피언 별로 고유 능력을 부여해 주는 것을 의미하고, 매칭 시스템은 유저의 대략적인 수준을 판단해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끼리 매칭시켜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장치들이 있었음에도 왜 퀘이크 챔피언스는 실패했을까요?

 

 

<오버워치의 솔저76의 궁극기는 무려 자동 조준이다.>

일단 챔피언 시스템부터 살펴봅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 성공을 거둔 대표적 FPS 게임인 오버워치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오버워치의 영웅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영웅들은 각자 강력한 특수능력(Q)을 가지고 있어, 그 능력을 사용만 한다면(Q 버튼을 누르기만 한다면) 대체적으로 플레이어 개인의 실력과 크게 상관 없이 쉽게 적을 처치하거나 혹은 게임에 어느 정도는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초보 플레이어라도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죽기만 하는 일은 웬만해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퀘이크 챔피언즈의 챔피언들의 능력은 대체적으로 그만큼 극적인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퀘이크 챔피언즈 챔피언들의 능력은 위력이 그에 비해 비교적 약하거나, 지속시간이 짧거나, 혹은 정확한 시점에서의 정밀한 사용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실력이 좋지 못하더라도 스킬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던 오버워치와는 다르게, 퀘이크 챔피언즈에서는 스킬이 개인 기량보다는 덜 중요한 부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에 그칩니다.

 

또한 게임 자체가 전략적인 요소가 짙어 영웅별로 역할이 명확하게 분담되어 있고, 또 그에 맞게 무기, 체력이나 이동속도 등이 극명하게 나뉘는 오버워치와는 달리, 퀘이크 챔피언즈는 모든 챔피언들이 "적을 처치해야 이긴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챔피언들 간의 체력/속도 차이가 오버워치만큼 크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플레이어들은 모두 동일한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챔피언 간의 상성' 등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개인의 역량이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퀘이크 챔피언즈의 챔피언 시스템은 초보와 고수의 실력차가 월등하게 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고, 이는 퀘이크 챔피언즈가 대중적 흥행에 실패하는 패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퀘이크 챔피언즈 매칭 시스템의 문제는 오버워치를 비롯한 타 게임의 매칭 시스템에서도 유저 수가 줄어들게 되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번에는 매칭 시스템을 살펴봅시다.

사실 매칭 시스템 자체는 게임 발매 초창기만 해도 훌륭히 제 역할을 해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이 서비스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퀘이크 챔피언즈는 챔피언 시스템이라는 장치를 사용했음에도 유저들의 실력차가 극심하게 나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규 플레이어들이 줄어들게 되었고, 결국 매칭 시스템은 신규 플레이어의 수가 부족해 신규 플레이어들과 '고인물'들을 같은 매칭으로 잡아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얼마 남지 않은 신규 플레이어조차 게임을 그만두게 되고, 결국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듯 퀘이크 챔피언즈의 신규 유저들을 위한 두 가지 장치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결국 아레나 FPS의 신규 유입을 막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더 나아가 챔피언 시스템과 같은 신규 유저를 위한 장치는 오히려 기존 아레나 FPS 팬들에게 반발을 사, 골수 팬들마저 등을 돌리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아무리 신규 유저를 배려했다지만 퀘이크 챔피언즈는 결국 아레나 FPS 장르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정신없는 속도로 뛰어다니고, 무기들은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즉 태생 자체가 플레이어간의 실력차가 극심하게 나뉘는 게임이었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게임 장르 고유의 특성이 변하지 않는 한 이를 충분히 완화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밸브 사의 팀 포트리스 2(Team Fortress 2, 2007)는 아레나 FPS를 비롯한 고전 FPS와 현대 FPS의 패러다임 전환의 과도기적 시점에 발매되었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팀 포트리스의 모체는 퀘이크의 모드(Mod)이지만, 게임 내용 자체는 팀 플레이가 중심이 된다.>

결국 퀘이크 챔피언즈는 매니아층과 일반 게이머 층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둘 중 어느 쪽도 잡지 못한 사례이자,

과거의 FPS 패러다임과 현재의 FPS 패러다임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하다 실패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퀘이크 챔피언즈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FPS 게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레나 FPS를 비롯한 고전 FPS들과 현대의 FPS 게임들을 비교하면 FPS 게임의 패러다임이

"실력 중심, 개인 기량으로 승리하는 방식"에서

"개인 기량보다는 전략, 팀플레이를 통해 승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근본이 되는 이유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니아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비디오 게임은 오늘날 누구나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때문에 FPS게임 또한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전보다 더 캐쥬얼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반응속도와 정확한 조준보다는, 팀원들끼리의 협동 플레이나 스킬 사용, 캐릭터 선택과 같은 전략적인 요소가 주가 되는 형태로 변하게 된 것도 FPS 게임이 보다 더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대중화 되면서 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다른 접근법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니악한 게임들을 만들던 회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다양한 실력대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기업이 늘어갔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발매되는 FPS 게임들의 대다수는 개인 기량보다는 팀 플레이를 중요시하며, 게임 자체의 난이도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모습을 보입니다.

 

<다이어보티컬(Diabotical), 2020년 발매된 아레나 FPS 게임으로 이 게임에 아레나 FPS의 앞으로의 미래가 상당부분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아직 심의를 받지 않아 한국에서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FPS 장르를 "덜 FPS 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레나 FPS를 비롯한 고전 FPS는 "적을 조준하고 쏜다"라는 FPS의 본질이 되는 행위를 누가 더 뛰어나게 할 수 있는지를 겨루었지만, 현대의 FPS는 단순히 잘 조준하는 것에 모든 게 달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FPS의 본질적인 요소에서 재미를 느끼는 저를 비롯한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 글의 제목처럼 "FPS 장르의 죽음"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FPS라는 장르가 언젠가부터 본질보다는 그 밖의 것에 더 치중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FPS의 정체성과 그 본질적인 재미가 조금씩 퇴색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FPS 게임들이 본질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다 보면 FPS 게임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잘 조준하는 것 이외의 다른 요소들을 FPS라는 장르에 접목시킴으로써 수많은 뛰어난 게임들이 나올 수 있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FPS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되고, 또 게임이라는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레나 FPS 장르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마음 한 구석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Id 소프트웨어: 퀘이크 시리즈, 둠 시리즈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둠. 현재는 베데스다에게 인수 합병된 상태.
번지: 아레나 FPS적 요소가 강한 헤일로 시리즈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둠.
에픽 게임즈: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를 통해 언리얼 엔진의 존재를 알리고 오늘날의 거대 엔진 기업의 자리까지 오게 됨.

 

**단순히 동시접속자 수, 혹은 수익을 의미하는 것이며,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아레나 FPS 게임은 WCG(World Cyber Games)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르였다.

퀘이크 챔피언즈의 경우 2021년 현재까지 프로리그가 유지되고 있으며 매년 큰 규모의 대회가 개최된다.

 

****물론 현대 FPS가 아무리 개인 기량이 덜 중요시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곤 하더라도, FPS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 상 개인 기량이 여전히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특위 상위권 경쟁의 경우 조준 능력과 더불어 전략적 요소들도 중요해지는 만큼, 과거 이상으로 개인의 기량이 중요해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 개인의 기량이 반영되는 정도가 고전 FPS들에 비해서 덜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게임 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게임엔 '힙스터'들도 필요하다 - 게임은 대중적이어야 하는가?  (1) 2021.08.06
4. 게임 속에 이야기를 녹여내는 방법 - 선택과 결과  (0) 2021.02.25
3. COVIDeo game - 2020년 게임 트랜드 분석  (0) 2020.12.26
2. 게임 도입부에 대한 고찰 - 바이오쇼크(Bioshock)  (0) 2020.12.19
1. 무엇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가 - 로그라이크(Rouge-like)  (2) 2020.12.19
'게임 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 게임엔 '힙스터'들도 필요하다 - 게임은 대중적이어야 하는가?
  • 4. 게임 속에 이야기를 녹여내는 방법 - 선택과 결과
  • 3. COVIDeo game - 2020년 게임 트랜드 분석
  • 2. 게임 도입부에 대한 고찰 - 바이오쇼크(Bioshock)
갬장장이
갬장장이
갬장장이의 코드 대장간갬장장이 님의 블로그입니다.
상단으로

티스토리툴바

단축키

내 블로그

내 블로그 - 관리자 홈 전환
Q
Q
새 글 쓰기
W
W

블로그 게시글

글 수정 (권한 있는 경우)
E
E
댓글 영역으로 이동
C
C

모든 영역

이 페이지의 URL 복사
S
S
맨 위로 이동
T
T
티스토리 홈 이동
H
H
단축키 안내
Shift + /
⇧ +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