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속해있는 게임 제작 동아리 출신 게임 개발자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정식 인터뷰와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눴던 내용들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남겨 놓으려 합니다.
1. 현업에서 게임 개발 과정의 흐름
: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사운드 추가 작업이 생각보다 개발의 상당히 뒷쪽 시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혼자 게임을 개발할 때는 플레이어 몰입감에 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이걸 고려하며 개발하기 위해 개발 중반 정도에 사운드 작업을 같이 하는데, 회사는 마감일을 지키는 게 아주 중요하다 보니 크리티컬한 기능을 먼저 개발하는 게 중요하고, 또 사운드를 전담해서 제작하는 팀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 이슈 처리
: 이슈에 우선순위를 놓고 처리하는데, 이때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플레이어 재화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밖에도 자주 발생하는 이슈로 리소스 파일(게임 내 대사 등)이 잘못 링크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이슈들은 대게 후순위로 처리된다고 합니다.
3. 개발자는 게임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 회사 규모나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겠지만, 스튜디오 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조직일수록 개발자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나, 혹은 주어진 내용의 퀄리티 자체를 올리기 위해 내리는 자체적인 결정들 등, 기획자 분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주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4. 유니티 가격 정책 변동에 대한 업계의 반응
: 이것도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당장 엔진을 갈아 끼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일단 하던 걸 열심히 계속 하자는 분위기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무래도 유니티라는 엔진에 대한 회사들의 시각이 변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5. 인디 게임 이야기
: 팬게임을 만드는 게 인디게임 개발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고정된 팬층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요를 어느 정도 가지고 가는 셈이고, 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트나 사운드 협업자를 구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6. 빠른 이슈 해결을 위한 서버 로직 처리
: 이건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었어서 더 기억에 남습니다. 게임을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터져나오는 버그들을 빨리빨리 수정해 반영하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모바일, 안드로이드 앱의 경우 플레이스토어에 패치 내용을 재등록하는데 검수 시간이 소요되는데, 아무리 버그를 빨리 고쳐도 검수를 대기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경우) 로직을 서버에서 처리하게 끔 해서, 구글의 검수 없이도 빠른 패치가 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NC소프트 근무하셨던 엔지니어 분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게임 트래픽이 커지고 데이터베이스 사용료 지불 부담이 커져서 데이터베이스를 다른 걸로 전환하셨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서드 파티 서비스를 상업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제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면의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7. 게임의 최초 설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보안 상의 이유로 간략하게만 말씀을 해주셨는데, 소규모 단위로 시작해서 OK 사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팀원을 확충해 나가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제가 현업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제대로 여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짧게 형식적인 답변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정말 세세한 질문들 까지 다 대답해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소한 것 까지 다 물어보느라 거의 4시간 가까히 이야기를 나눴는데, 힘든 내색 없이 최대한 답변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저런 위치에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